분류 전체보기 (27)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이가 한 해 한 해 늘어간다는 뜻으로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을 쓴다 어려서야 일 년도 헛먹은 일 없어 한 살만 많아도 형 노릇 언니 노릇 똑똑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먹은 나이만큼 존재의 실력이 자라는 건 아님을 알게 된다 어느 순간 나이는 그저 해마다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는 외적 규정일 뿐 무엇을 채워 넣었는가에 따라 의미가 연기(延期)되는 텅 빈 기표가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먹은 나이만큼 살았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나이에 관한 타자의 규정 따위야 아무 상관없지만 타자 바깥에서도 시간은 따박따박 흐르니 해마다 먹은 나이가 지나온 시간의 부고를 전하며 그간 먹은 시간을 결산하자 한다 나이를 먹을 수록 부재하는 삶의 의미가 다가서고 답이 연기될 수록 삶의 방정식이 또렷해지니 내 삶.. 돌아보지 않고 쓰기 어제 하루 종일 8시간 28분 동안 A4 용지 5페이지 남짓 글을 썼다. 문서정보를 보니 1643자, 200자 원고지 54.3장이었다. 아마도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일 것이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밝히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늘 반복되었던 글쓰기 습관과 완전히 다른 글쓰기의 실천을 통해 우선 글쓰기라는 작업의 양적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를 기록하기 위함일 뿐이다. 비결이라면, 이미 쓴 글을 보지 않고 무조건 앞으로 내달리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글을 쓸 때면 언제나 맞춤한 단어를 찾기 위해 국어사전과 유의어 사전을 헤매고, 문장을 하나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으며, 문단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살피고, 쓰다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있으면 책을 보고, 중요한 부분.. #수고했어요 #오늘도 왕뚜껑을 먹으려고 겉 비닐을 벗기니 뚜껑에 #수고했어요 #오늘도 라고 쓰여있다. 누가 하는 말인가? 제대로 된 점심시간도 없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부조리하고 비루한 삶에 의문을 갖는 이들에게 도대체 누가, 이리도 꼼꼼하게 위로를 건네는 걸까? 자본제적 사회의 전일적 힘은 때로는 폭력적 억압을 감추고 따뜻한 관심과 격려로 체계의 따뜻한 품속을 환기시킨다. 다 그런 거지 뭐, 괜찮아질 거야. 수고했어, 오늘도. 내일은 더 좋아질 거야. 부드러운 토닥임 속에서 날 선 분노는 수그러들고 권력의 누수는 차단되며 새로운 삶이나 가치의 꿈이 희미해져 가는 만큼 타자의 폭력적 시나리오를 연기하는 순치된 삶은 이어진다. 참 디테일하게 너도 고생이 많다. #수고했어요 #오늘도 므나세 벤 이스라엘과 유대인 영국 입국 기원전 1003년 다윗에 의해 통일된 이스라엘은 솔로몬 사망(기원전 922년) 후 내란에 휩싸여 기원전 930년 경 10개의 지파로 구성된 북 이스라엘 왕국과 2개의 지파(다윗 혈통의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로 이루어진 남 유다 왕국으로 분열되었다.(열왕기상 11:43~12장 참고) 이후 북 이스라엘은 기원 전 722년에 아시리아(앗수르)에 의해 멸망했고 남 유다는 북 이스라엘 왕국 멸망 이후 136년 간 더 존속하다 기원 전 586년 바빌로니아(바벨론) 제국에 패망하게 된다. 바빌로니아는 남 유다 왕국의 백성들을 융합시키는 정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두 지파는 순혈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반면, 아시리아는 이주 정책을 펴 북 이스라엘의 열 지파는 주변의 다른 민족들과 섞이게 되었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 견디기로 한다. 글을 싸(써)지르고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면 써버린 글에 대한 이런저런 불편한 마음이 매번 찾아온다. 불현듯 무엇을 덧붙이거나 빼고 싶다는 충동, 내용에 대한 이런저런 아쉬움, 나 자신도 수십 번 씩 단어들 속을 헤매야 찾을 수 있을 어떤 실수에 대한 불안 등이 그것이다. 지금도 어제 쓴 글을 보고 싶고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인다. 그러나 보지 않았다. 견디기로 했다. 그러니 견디기로 한다. 쓰는 행위가 쓴 행위에 대한 강박적 반성으로 멈추지 않도록 작은 돌멩이의 운명 같은 것일지라도 나에게서 나온 글이 그 자신의 운명을 살아가도록 그냥 두기로 한다. 반성이 실은 타자의 요구이며 결국 타자가 만들어 놓은 규범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요구를 응하는 것이 새로운 글은 차치하더라도 글 자체를 쓰지 못.. 그냥 쓰기로 한다 나의 글쓰기가 늘 좌절되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 번도 자유롭게 글을 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글을 쓸 때면 언제나 형식적인 부분과 내용적인 부분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맞춤법, 단어 선택, 문장 구조, 출처 확인, 논리, 구성, 체계 등 많은 사항들을 체크하고 또 체크하면서 간신히 간신히 한 문장 한 문장 이어나간다. 당연히 시간은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지 못한 채 마무리되곤 했다. 글을 다 쓴 후에도 자신의 글을 200번이나 첨삭했다는 헤밍웨이만큼은 아니더라도 강박적으로 글 주변을 바장인다. 평균 20번 이상은 글을 다듬어야 맘이 놓이곤 했고, 이젠 됐다 싶을 정도로 쓰고 나서도 글을 보면 보이는 표현이나 문장 문제를 슬쩍 고치곤 한다. 단순히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편하.. 지옥 신이 존재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면 전두환은 '고지' 받고 '시연' 당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두환은 거의 무병장수했고 무고한 이들이 비명에 갔다. 지옥도 천국도 없다. 인간 스스로 진정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했던 일이 역사 속에 쌓여있다. 전두환 사면이 그 중 하나다. 인간이 하거나 하지 못한 일이 인간의 세상을 지옥이나 천국에 가깝게 만들 뿐이다. 저는 신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제가 아는 건 여긴 인간들 세상이란 거예요. 인간들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하는 거죠. 연상호, 최규석, 의 마지막 대사 중에서 의 '시연' 장면 (출처: 일간스포츠) https://news.v.daum.net/v/20211123102941856 전두환 전.. 언어의 정원: 당신이 일깨워준 당신이 일깨워준 존재하나 보이지 않았던 것들 보이지 않았으나 소리내었고 언어가 되지 못한 채 잊혀진 많은 것들 비가 그치면 없어지는 작은 물웅덩이들과 누군가의 우산에 남아 있는 비의 흔적 나뭇가지를 스쳐간 바람과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의 구두 작은 파동을 만들고 사라진 빗방울들 파우더팩트의 사라진 습기와 날이 밝자 꺼진 항공장애등 강한 빗줄기 속에서 잠시 피어오른 물보라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든 충일한 시간 그 시간에 존재했던 당신 아, 당신이 일깨워준 모든 것들 Kashiwa Daisuke - 04 While Hearing Sound Of Rain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