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여자 염기정
목이 부러진 장미 송이로 찾아와
간장 종지에 물 담아 담가 놓았습니다.
꽂아보려 해도 꽂을 목이 없어
간장 종지에 눕혔습니다.
우리 사랑이 화병에 우아하게 꽂히는
목이 긴 장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간장 종지에 지쳐 누워있는 장미 송이가
당신 같고 나 같고
안 쳐다보면 더 빨리 시들까 봐
눈을 떼지 못하는, 나는 이런 여자입니다.
계란빵 좋아한다는 말에
겨울이면 삼일에 한 번씩 계란빵을 사 드미는 남자
소고기라고 말했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계란빵이라고 말한 내 입을 칭찬하고
매일 계란빵을 사 드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의 해방일지> 에서
염기정의 시, 아니 대사, 아니 대사 같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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