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뚜껑을 먹으려고 겉 비닐을 벗기니
뚜껑에 #수고했어요 #오늘도
라고 쓰여있다.
누가 하는 말인가?
제대로 된 점심시간도 없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부조리하고 비루한 삶에 의문을 갖는 이들에게
도대체 누가, 이리도 꼼꼼하게
위로를 건네는 걸까?
자본제적 사회의 전일적 힘은
때로는 폭력적 억압을 감추고
따뜻한 관심과 격려로
체계의 따뜻한 품속을 환기시킨다.
다 그런 거지 뭐,
괜찮아질 거야.
수고했어, 오늘도.
내일은 더 좋아질 거야.
부드러운 토닥임 속에서
날 선 분노는 수그러들고
권력의 누수는 차단되며
새로운 삶이나 가치의 꿈이 희미해져 가는 만큼
타자의 폭력적 시나리오를 연기하는
순치된 삶은 이어진다.
참 디테일하게
너도 고생이 많다.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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